책 ‘오리지널스’ 초반에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남의 이야기에만 귀 기울여 행하고 전임자가 행했던 것만 하는 리더는 (그 평가를 막론하고) 가장 잊혀지기 쉬운 사람이라고. 창조적인 파괴행위를 통해 사회 발전을 이끌어내는 리더가 가장 훌륭하게 기억된다고.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팬들의 날 선 비판에도 소신있게 밀어붙인다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존중해야지, 라는 생각도 물론 있다.

하지만 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런 창조적인 리더 중에서도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뛰어드는 리더는 실패할 확률이 더욱 크며, 오히려 위험을 최소화하고 상쇄시킨 상황에서 뛰어드는 창조적인 리더가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화 타선은 왜 1회 때부터 희생번트를 대나, 투수진이 이미 붕괴되었기 때문에 1점을 벌어놓고 지키는 야구를 애초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제 야구본색에서 이순철 해설위원이 말씀하신 내용을 누군가가 이렇게 요약해 놨다. ‘타율이 좋지만 수비가 안 되는 선수들이 대타 자원으로만 나오는 이유는 수비 야구를 하겠다는 의중이 크다’ 라는 견해를 라디오볼에서 들었는데 앞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4월 위기론을 들먹이던 많은 언론과 팬들이 지적한 포인트는 바로 선발진 부재. 본프레레 감독처럼 차라리 세 골을 주고 네 골을 먹겠다고 했다면, 설령 지더라도 계투진의 혹사도 없었을거고, 비난의 강도도 (없진 않았겠지만) 덜했을 것이다. 물타선이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긴 했겠지만, 이미 이닝을 먹을 투수진들이 없었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알고 있었으니 로저스, 안영명, 이태양 등등의 선발진을 기다리는 동정 (내지는 조급증 걸린) 여론이 먼저 나왔을테니까. 다분히 선수 차원에서 끝났을 비난이, 이해할 수 없는 경기 운영 스타일 때문에 몇 배로 불어난 셈이다. 선수가 먹을 욕을 코칭 스태프가 대신 먹겠다는 지론을 깔아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우리 팀이 이기기 위해 내가 애를 쓸 것이고, 비난을 받아도 내가 받겠다고 해도 이건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선수가 발휘할 기회를 적재적소에서 지워내고 있다는, 아니 막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부터 팬들은 실력 외의 다른 이유를 상상하기 시작한다. 이 부분만 풀어줬더라도, 이미 드러난 위험 요소를 상쇄시키면서 한 경기씩 지나보낼 수 있었지 않나 싶다.